20년전쯤 나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가난한 유학생이었다. 군대를 마치고 부모님의 성화에 못이겨 3개월 어학연수를 위해 미국으로 갔다가, 미국의 ‘대학’ 제도에 큰 감명을 받아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다. 충분지 못한 생활비 때문에 각종 아르바이트들을 많이 했는데 그중 그 당시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Verizon 핸드폰 대리점에서 알바를 하던 때였다. 어느날 사장님은 “혹시 수동 차량 운전을 할 줄 아느냐?” 라고 물으셨고 나는 “남자는 수동이죠!” 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사장님은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스토어 앞에 있는 은색의 차량을 주차장으로 좀 옮겨 달라고 부탁했다. “넵” 하면서 키를 받아 나왔고 당시만해도 리모컨 키는 모든차에 달려있는 옵션은 아니었던것 같다.
삐빅 소리와 함께 노란색 방향 지시등이 깜빡인 차량은 은색의 포르쉐였다. 개구리가 우는 듯한 눈을 가진 986 박스터, 포르쉐가 만든 첫번째 박스터다. 그때는 암껏도 몰르고 그냥 WOW 하면서 차량에 앉았다. 진짜 한참 찾다가 운전대 오른쪽을 몇분동안이나 째려보고 눌러보다가 키박스가 왼쪽에 위치한 것을 알게 되었다. ‘부르렁 콸콸콸~’ 거친 가래끓는듯한 소리가 계속났다. 당시 90년대 후반은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조용했던 렉서스등의 일본차가 고급스런 차량이었는데, 이아이는 왜 이리 시끄럽지? 차가 오래되 보이지는 않는데… 하는 생각을 했었다.

후진기어를 넣고 차를 뒤로 뺀다음 1단을 넣고 악셀을 살짝 밟아보니 차가 매우 켱쾌하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까지는 너무 가까워 차마 2단을 넣을 생각도 없이 1단 상태에서 깊게 밟았는데 차의 움직임과 거동이 너무 좋다. 나도 모르게 2단으로 변속을 했는데 그 2단이 들어가는 그 변속 느낌이 너무나 부드러운면서 뭔가 남자가 여자에게 들어가듯이 쑤욱하고 들어가버렸다. 악셀에 힘을 주니 미친듯이 튀어나가는데 이게 바로 개구리가 점프하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자창 입구는 이미 지나버렸고 3단을 넣고 싶었지만 사장님한테 혼날까봐 그러진 못하고 다시 유턴해서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계속 생각이 났다. 그때 2단 변속하면서 촉촉한 그곳에 스르륵 뿅 하고 들어가는 그 느낌과 변속 약한 신음소리를 내며 튀어나가던 개구리.. 986 박스터였다.

은색 원피스를 입고 검정색 모자를 쓴, 속살은 핑크색의 986 박스터를 첫사랑으로 20년이 지나 718 을 데려오게 되었다.
986 > 987 > 981 > 982 (718)

